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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지표 분석해보니
‘1위’ 서울대도 평균 못미쳐… 정부·대학 푸대접 탓 뒷전으로
교육부 전담직원 하나도 없어… 향후 5년간 800억 지원 발표
# 2010년 기준 박사학위 수여 대학 도서관의 연평균 자료 구입비. 미국 59억 9600만원: 한국 12억8000만원
# 지난해 국내대학 재학생 1인당 연간 자료구입비. 4년제 사립 A대(4329원·전북 소재), B대(4654원·경남 〃).
‘대학의 심장’이라 불리는 우리나라 대학도서관의 현주소다. 교수 등 연구자와 학생들의 교육·연구활동을 지원하는 도서관이 제 역할하는 곳이 드물다. 대학의 심장이 아니라 맹장으로 전락한 곳이 수두룩하다. 정부의 무관심과 대학의 인색한 재정투자 탓이다.
◆위기의 대학도서관
지방의 A사립대는 지난해 세계 학술시장을 주도하는 출판사 중 하나인 미국계 엡스코의 ‘엡스코호스트 전자책(EBSCOhost eBook) DB’ 구독을 중단했다. 해외 주요 출판사들이 최근 3년간 펴낸 학문 관련 전자책 2만5000여종을 담은 데다 양질의 콘텐츠 제공으로 연구자들의 이용 만족도가 높다. 그럼에도 구독을 중단한 것은 구독료(연간 705만원) 부담 때문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케리스)에 따르면, 국내 121개 대학 중 96개교(79%)가 구독료 부담 때문에 이 DB 구독을 기피했다.
세계일보가 20일 입수한 케리스의 ‘2013년 대학도서관 통계분석 자료집’에 따르면, 국내 대학은 선진국 대학 도서관과의 경쟁력에서 게임이 안 됐다. 북미연구도서관협회(ARL)에 가입한 미국·캐나다 대학도서관 110여곳의 평균 소장도서만 해도 481만9000책으로 국내 1위인 서울대 도서관(462만5000책)보다 많다. 국내 상위 20위권 대학 도서관의 평균 소장 도서(212만6000책)는 ARL 평균치의 절반도 안 됐다. 재학생 1인당 자료구입비와 연간 증가도서 수 등 다른 주요 경쟁력 지표도 마찬가지다.
대학 간 부익부빈익빈도 심각하다. 4년제 대학도서관은 평균 47만4000책을 소장했지만 전문대학 도서관은 평균 8만8000책에 그쳤다.
◆도서관 부실은 정부·대학의 합작품
정부와 대학의 도서관 지원 수준은 형편없었다. 교육부는 대학을 비롯해 초·중·고교 도서관 등 국내 도서관의 80% 이상을 관할함에도 전담부서는 물론 정식 전담직원 하나 없다. 지난달 교육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자료에서도 도서관 대책은 빠졌다. 특히 대학 재정지원사업 평가시 도서관 관련 지표의 비중이 극히 낮아 대학들도 도서관을 소홀히 했다. 4년제 대학의 총 결산 대비 자료구입비 비율은 평균 1.0%에 그쳤다. 도서관장도 전문가인 문헌정보학 전공 교수와 사서직 출신 비율이 고작 6.8%에 불과했다.
곽동철 청주대 교수(문헌정보학)는 “대학도서관의 경쟁력 제고 없이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꼬집었다.
교육부는 이날 부랴부랴 대학도서관진흥법 제정 방침을 발표하면서 향후 5년간 8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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