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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

백조와 팔색조

작성자
김현수
작성일
2016.02.26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269
내용




학창시절의 도서관은 백조와 같은 모습으로 느껴졌었다. 숨죽이고 공부하는 열람실, 짙은 하드커버로 위용을 과시하는 원서들이 가득 꽂힌 서가, 고고한 건물, 그리고 그 안에 공부하는 분위기.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자체가 학생이나 연구자의 본연의 자세에 가장 가까워 보였었다. 그것이 나의 대학시절의 도서관이었다.

 

그런데 도서관장으로서 도서관 현장의 모습을 보면서 백조보다는 팔색조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7가지 무지개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팔색조, 도서관은 다양한 색깔의 현란한 활동 무대였다. 내가 느낀 대학도서관의 팔색조 매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강력한 전산시스템 기반의 온라인서비스는 과거 도서관의 이미지를 지워버린 가장 큰 놀라움이었다. 도서관자동화시스템을 기반으로 인쇄자료의 수서, 정리, 열람서비스의 간소화는 물론 전자저널, 웹DB, e-Book 등의 다양한 전자자료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학위논문 제출, 열람실 좌석배정 등의 일반적인 도서관서비스에, 독서클럽을 웹서비스로 옮겨놓은 독서포털시스템까지 제공함으로써, 이제 도서관은 종합학술정보센터의 역할을 굳건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도서관 예산의 절반 이상이 투입되는 전자자료 구독업무에 대한 사서들의노력이 인상 깊었다. 단순히 인쇄저널을 매달 우편으로 받아보던 시대에서 이제 PDF 등의 웹서비스 형태로 급격히 변화하면서 도서관의 업무에도 큰 영향을 준 것인데, 이용자가 느끼는 편리함이라는 장점의 이면에는 이러한 정보 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매년 인상되는 구독료와 복잡한 구독조건을 두고 깊게 고민하는 현장 사서들의 고충을 지켜보면서 마음으로 큰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다.

 

 셋째, 새로운 공간으로써 도서관 열람실의 변화는 이제 시대의 흔한 트렌드로 느껴진다. 출장 차 여러 도서관을 방문해보면 서가와 의자 등의 기발한 아이디어 가구는 물론 리노베이션을 거친 인테리어에 조명까지 더해져 산뜻한 공간으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편히 쉴 수 있는 휴식 코너와 DVD 상영실, 오라토리엄 등은 정말 이곳이 미술관이나 박물관, 아니면 아늑한 카페처럼 느껴질 정도로 도서관과의 경계를 넘나드는 환경으로 변화되고 있었다.

 

 넷째,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이제 도서관이 지닌 하나의 특징있는 색깔로 보여진다. 저자와의 만남, 밤샘 책읽기, 도서나눔행사 등의 독서 관련 프로그램은 물론, 점심과 저녁시간의 막간을 이용한 음악공연과 영화상영 등의 톡톡 튀는 행사들은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매력적으로 꾸며주는 듯하다. 도서관 로비에 위치한 각종 행사 포스터와 배너들은 항상 나와 학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다섯째, 사서들이 교육과 연구의 파트너로써 활약하는 점은 도서관을 주목하게 되는 주요 포인트이다. 전국 대부분의 대학도서관이 이용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기본적인 도서관 이용방법부터 정보검색, 논문작성까지 도서관의 A to Z 가 유익하게 구성되어 있다. 도서관 건물을 벗어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학과 수업까지 담당하는 모습을 보면 발전하는 도서관의 힘을 오롯이 느끼게 된다.

 

 여섯째, 도서관에 가면 오래된 서적이나 희귀본을 볼 수 있다는 점도 나에게는 큰 매력 포인트이다. 고서적과 희귀본의 보관은 최신의 것보다 더 큰 노력을 요하는 일일 것이다. 온도와 습기를 조절할 수 있는 도서관의 보존서고에 들어서 귀한 자료를 대할 때면 숙연한 마음과 함께 도서관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든다.

 

 마지막으로 도서관 조직의 지속적인 노력을 언급하고 싶다. 내가 본 도서관은 서로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으며, 워크숍, 세미나 등의 모임을 통해 새로운 지식과 노하우를 상호 공유하는 학술연구집단과 같은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었다. 지난 일년 간 사립대학교 도서관협의회의 회장으로써 마주한 도서관은 지속적인 노력과 협력이 응집된 저력있는 조직이며,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가진 곳으로 평가하고 싶다.

 

 이렇게 과거 나의 눈에 백조의 고고한 자태처럼 보였던 그 도서관이 이제는 일곱 가지 다양한 색깔로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날아다니고 있다. 존재만으로도 대학을 빛냈던 그 시절 그 도서관이 경계를 너머 영역파괴를 통해 일곱가지도 넘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해 왔고 또 앞으로도 “성장하는 유기체”로써 도서관은 계속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인류가 가지고 있는 읽음(reading)에 대한 욕구를 위한 총체적(holistic)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써 말이다.

 

2016년 2월 5일

동아대학교 도서관장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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